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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포커스

행정포커스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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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포커스 11/12
발행주기 격월 발행기관 한국행정연구원
권호 11/12 발간연도 2016
주제 분류 - 자료유형 -
등록일 2016-12-26 조회수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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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저출산이 사회적 재앙으로 지목된 지 오래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한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 기준인 1.3명 미만으로 떨어진 2000년대 이후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해 왔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정책적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2015년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24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은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 남의 일이 아님을 강하게 웅변한다. 일·가족 양립 지원정책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그 가운데 아버지 육아휴가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육아휴가는 남녀모두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아버지 육아휴가 제도의 활용은 너무나도 미미하다. 아버지 육아휴가의 활용 비율이 2005년 1.9%에서 2010년 2%로 답보상태에 있다가 2013년 3.3%로 증가하였고 2015년 현재 4.5%에 이른다. 육아휴가를 사용하는 남성 근로자는 증가추세에 있지만, 그 활용 비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아버지 육아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활용은 5%에도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들로 하여금 육아휴가 활용에 소극적이게 하는 심리적·문화적 장애는 무엇일까? 아버지 육아휴가를 둘러싼 심리적·문화적 장애가 정책효과성에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
 
아버지 육아휴가의 제도와 현실의 디커플링(Decoupling)

우리나라 아버지 육아휴가 제도의 형식적 내용은 선진적이고 전향적이다. 정책내용을 선진적인 제도로 운영되는 북유럽국가를 벤치마킹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선진적인 형식과 제도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제도는 진공상태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사회·문화·심리적 맥락과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제도와 현실 간의 간극이 클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것이 바로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디커플링은 공식적으로 채택된 정책과 비공식적 관행이 분리되는 현상, 또는 공식적으로 제도를 도입하지만 운영상의 관행과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디커플링이 심화될 경우, 아무리 선진적인 제도나 정책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그저 상징적 제스추어에 머무를 뿐이다. 정책의 형식주의(formalism) 늪에 빠질 뿐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한다. 아버지 육아휴가 제도가 선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아버지들이 육아휴가를 쓸 수 없는 현실, 그것이 바로 디커플링이다. 사실, 아버지 육아휴가 제도의 디커플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아버지 육아휴가 제도를 담아내는 현실적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구로부터 들여온 ‘선진적’ 제도와 ‘한국적’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아버지 육아휴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현실적 토양에 대한 고민 없이 선진제도를 들여와 형식만 갖추는 일은 정책의 디커플링만 심화할 뿐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육아휴가 제도의 형식에서 아버지 육아휴가 활용을 어렵게 하는 문화적·심리적 장애로 이동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장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의 건재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란 남성은 노동시장에서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정에서 보살핌을 제공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전제이다. 이러한 전제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던 시대는 통했지만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는 현대에는 그 설득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는 이상적인 노동자를 가사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성실한 아내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는 남성으로 규정한다. 또한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이상적인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문제없이 책임지는 아버지”이다. 가족의 생계만 잘 제공하면 남성은 아버지가 저절로 된다. 우리나라에서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비근한 예로 남성들의 시간사용 패턴에서도 나타난다. 미혼남성이 하루 21분을 가정에서 가사 및 보살핌 노동에 할애하는데 반해 기혼남성은 하루 36분을 할애한다. 결혼에 따라 남성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시간차이는 겨우 15분에 불과하다(통계청, 2015). 이는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이 가사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차이가 3시간 이상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남성들에게 가해지는 남성부양자 이데올로기의 문화적 압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좋은 아버지는 노동시장에서 ‘일’ 잘하고 생계부양에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생계부양자로서의 정체성이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압도한 결과이다. 이처럼 생계부양자로서의 정체성이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남성이 ‘육아를 위해 노동시장을 떠나는’ 육아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남성들이 느끼는 심리적 두려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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